화순군립 운주사문화관 기획초대전 '아나스포라(Anaspora)'
본문
- 전시기간
- 2024. 2.1. ~ 4. 21.
- 관람료
- 무료
- 전시장소
- 제2전시실, 제3전시실
- 관람시간
- 10:00~ 15:00
- 참여작가
- 김대진, 김희상, 박선주 작가
- 작품장르
- 한국화, 조소, 판화, 설치
- 작품수
- 125점
미치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공명
화순군립 운주사문화관 큐레이터
‘아나스포라(Anaspora)’는‘돌아감’, ‘귀향’, ‘하나 됨’이라는 의미를가진 신조어다.팔레스타인을 떠난 유대인처럼 흩어져 사는 모습-디아스포라(Diaspora)-의 반대 개념이다. 2024년을 여는 첫 전시로‘아나스포라(Anaspora)’를 기획한 것은‘화순’이라는 지역의 매력에 매혹되어 화순을 거점 삼아 열심히 작업하는 많은 작가들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서다.
지나온 시간을 거슬러‘다시 똑같은 작품을 하라고 한다면 미치치않고서는 할 수 없는 작품이다’라는 작가의 말을 새기며 전시를 준비했다.무엇인가에 미친다는 것은 모든 일의 우선 순위를‘무엇’에 둔다는 것인데,‘무엇’이 예술의 영역이었을 때 미치는 것은 아름답고 놀라운 결과물을낸다.
김대진–한국적 서정과 자연의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현대적 채색화
한국화의 색채적,재료적 한계를 극복하고 싶던 젊은 김대진은 과감하고 다양한시도를 통해 불화,민화,무속화,고분벽화 같은 채색화에 스며있던 토속적 서정의 향기와 탄탄한 문인화의 여백미와 간결함이 담긴 작품들을 내놓으며화단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특유의 탐구정신과 개성으로 옛 기법이나 양식을뛰어넘는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작품들을 선보여 한국적 전통과 시대 감각을 잘 살렸다는 평을 받는다.
이번 전시에 보여질 작품의 소재는 작가의 생활공간 안에서 만날 수 있는나무와 꽃,그리고 반려동물이다.자연의 오묘한 비밀을 품은 채 빛과 색채의고운 옷을 입은 그의 창작물들은 직접 만들어 낸 캔버스 위에서 대상이 된자연보다 더 진실하고 아름다운 자태를 오롯이 보여준다.작가의 공간이 자연속에 있으며,자연과 나누는,자연을 본받는 삶을 추구하는 그에게 자연을 담는 작품이 최고가 된 것은 너무도 당연한 귀결이다.
김희상–꿈꾸던 세상을 역설하는 도조 작업
'사람꽃(2014~2023)'연작은 도조 인물상 작업 중의 백미로 김희상작가를 유명하게 만든 작업이다. '사람꽃'은 수많은 인간상으로,인간의 다양한감정과 삶의 모습이 녹아있다.가진 열정을 모두 뽑아 써버린 뒤 침잠하던시간 동안 작가를 휘감았던 다양한 감정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이 담겼다.
대담한 흙 주무르기와 칼질,거친 피부 표현과 몸짓.흙으로 빚었지만 따뜻한감정과 생명력을 담아,인간 존재와 삶의 가치를 투영한다. ‘사람꽃’에등장하는 인간 군상은 홀로이거나 무리이거나 혹은 초월한 상황이다.사색과 담소와 동조와 우울,무관심,무표정의 사람들은‘나’이거나‘너’이거나 혹은 작가 자신이다.
작가는'사람꽃'을 통해 인간의 다양성과 삶의 복잡성을 보여주었다.개별적존재인 각각의'사람꽃'이 소통하는 모습을 통해 인간 관계와 연결성에 질문을던지고,자신이 꿈꾸던 새로운 세상은 꿈속의 유토피아가 아닌 내가 발딛고 있는 바로 이 땅임을 역설한다.때문에 그의 사람 냄새나는 놀라운 예술적 성취는 꿈꾸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온 땀과 정열을 쏟아냈던 젊은 시절의 열정적 삶에서 기인한 것이 아닐까.
박선주–피를 토하듯 쏟아놓은 내면의 절규
'Utopia(2003)'에 이어'Jungle(2007~2009)'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된 인그레이빙판화들은 아름답고 섬세하며,화면 전체가아름다운 무엇들로 가득 차있다.다층적 형상으로 등장했던‘나’라는 존재도 좀 더 명확하게 드러난다.외롭고 날카롭고 숨막히는 고요한 아우성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동판을 조련하는 지난한 작업 과정만큼이나 힘겹고 고단해 보인다.
'fly, fly, fly(2009~2010)', 'Paradise(2011)'연작은 작업방식이 달라지면서 한층화려하고 밝아진 외형으로 진화한다.캔버스에 아크릴 물감을 사용하면서 조금짧아진 작업시간과,조각난 시간을 이을 줄 아는 누적된 적응력이 작가의숨통을 틔워 주었을까.바이올렛,레드,블루,옐로우 같은 강렬한 옷을 입은 그녀의 정글은 더 탄탄하고 선명한 이미지로 뇌리에 박힌다.여전히 어려운길을 택한 작가의 작업은1호 세필의 멈출 수 없는 붓질로 점철되어 마력처럼우리를 끌어당긴다.밀랍 양초를 켜고 작업대 앞에 앉은 작가는 밤새 세필을 휘두르며 꿈꾸는 파라다이스를 향해 날고 있었다.
- 이전글깨달음의 꽃, 탱화 24.04.30
- 다음글꽃을 피우는 50가지 방법 23.11.24